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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의 위대한 실존주의 작가 사르트르가
일찍이 ‘구토’라는 작품을 쓴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사용해왔다.
그들은 ‘구토’를, 이 불합리한 세상에 대한 자신의 존재의 증거로 삼는다.
이 세상의 불합리함과 비인간화에 대해 구역질을 하고,
구토할 수 있는 자만이 이 세상의 탁하고 어두운 흐름 속에서 깨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자들 중에 정말 구토의 고통에 대해 아는 자가 있을까.
속이 울렁거리고 머릿속이 빙빙 돌면서 눈앞의 사물들이 아득히 물러나는,
그런 고통을 직접 느껴본 사람이 있을까. 무엇보다도,
정말 실존의 문제와 직결하여 구토를 해본 사람이 있을까.
<김형경의 “세월”> 중에서

 

화장실 변기 뚜껑을 열어, 그 속에 얼굴을 묻고 구토질을 한다.
기도와 식도의 갈림길에서부터 시작되는 구토질은 위(胃)와 목구멍을 아프게 한다.
위(胃)를 빨래 짜듯 뒤틀고, 목구멍은 억지로 역류를 꿈꾸듯 계속적인 확대 축소의 움직임을 한다.
배와 정수리를 움켜잡고 구토질의 원인을 생각한다.
술도 마시지 않았고, 체하지도 않았으며, 남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임신도 아니었다.
그럼 무엇일까?
생각의 되새김질을 하는 동안에도 구토질은 다르지 않았다.
위는 더 쓰리고, 목구멍은 더 아파왔으며, 식도와 기도의 갈림길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붕괴 현장의 돌 무더기 처럼, 검붉은 피가 목구멍을 넘어 혀 위에 찐득하게 올려져 있었다.
‘카악, 퉤웨’의 당연한 소리를 내며 육체에서 분출한 변기물의 피를 보며,
또 하나의 액체를 몸에서 분출하고 있었다.
눈물, 왜 구토질을 거듭할 때마다 눈물이란 액체가 함께 동반되는 것일까?
세상의 불합리함과 비인간화에 대한 구토질이기 때문일까?
머리를 크게 다치면 제일 먼저 일어나는 현상 중에 구토질이 있다.
머리라는 육체적이고, 유형적인 물질에 충격을 받으면 구토질을 한다고 한다.
구토? 구토는 인간이 음식을 먹을 때 소화할 수 없는 물질이거나,
개인의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라고 본능체계가 판단될 때,
구토라는 행동 본능으로 그 물질들을 거부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런데 왜 소화기관이 아닌 머리가 충격을 받으면 거부의 행위인 구토질을 하는 것일까?
그건 구토라는 것은 머리의 충격으로 보호본능 체계의 마비 현상에 대비하여
생성된 2차적 보호본능체계(거부를 중심축으로 하는)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육체적이고, 유형적인 물질의 거부는
1차적, 2차적 보호보능체계로 스스로를 평생 보호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신적이고, 무형적인 것에 대한 보호본능체계는 평생을 보호받을 수 없다.
그것은 진화론의 용불용설(用不用性)의 논리처럼 잃어버릴 수 있는 보호본능체계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불합리성과 비인간화에 대한 ‘구토’가 그러하다.
“정말 2차적 보호본능체계와 구별되는
제3의 보호본능체계로서의 ‘구토’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물음은
이미 제3의 보호본능체계가 사라진 사람들의 물음인 것이다.
이미 잃어버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사람들의 과거회상적 물음일뿐이다.
거부의 테두리에는 힘든 고통과 눈물이 수반된다.
그렇기 때문에 ‘구토’를 할 때 항상 눈물을 흘리는지 모르겠다.
변기물에 점점 퍼져가는 세 뭉치의 검은 피를 보며,
아직도 ‘구토’의 본능이 ‘잊혀지지 않았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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